이대로도 특별히 불편한 건 없어.
이 이상 잘생겨지지길 바라지도 않아.
그러나 역시 이건 뻔뻔한 걸까?
뻔뻔한 걸 거야, 분명. 미안하이.
-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中 -
무라카미 하루키 -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는 <무라카미 라디오>의 첫 번째 편이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에 수록된 50 편의 짧은 글들은 잡지 <앙앙anan>에 매주 한 편씩 일년 동안 연재한 것이다. 젋은 여성들이 독자인 이 잡지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주 한 편씩 자신의 이야기를 기고했다. 소설처럼 꼬아두는 문장 없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강요하는 문장 없이 단순히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의 소재로 글을 써두었다.
짧은 에세이는 한 제목(주제)으로 2-3장에 걸쳐 짧게 소개가 된다. 2-3이라고 해도 삽화까지 들어가있으니 실질적으로 1-2장 정도이려나.. 출퇴근하면서 부담 없이 가볍게 읽기에 좋다. 작가의 일상이야기, 여행이야기, 아내분의 이야기 등등 일상의 모든 주제로 글을 쓰면서 자신의 짧은 소견들(?)도 밝힌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중 재미난 에피소드인 <장수하는 것도 말이지> 라는 편이 기억에 남아 짧게 소개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요절하는 것이 좋은지, 장수하는 것이 좋은지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장수하는 쪽을 생각하겠지만, 문학사전을 펼쳐놓고 보면 '너무 장수하는 것도 좀 그렇군' 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너무 장수하는 것도 좀 그렇군' 이 말뜻이 뭘까,
이를테면 랭보나 푸시킨의 사진은 항상 젊고 발랄하다. 그에 비해 톨스토이나 시가 나오야는 할아버지다. (무라카미가 쓴 말을 옮겨본다.)
- 아르튀르 랭보, 30대 후반 요절
- 알렉산더 푸쉬킨, 30대 후반 요절
- 레프 톨스토이, 40대 후반 사망 (일찍 죽긴했으나,, 사진이.. 나이들어보이긴..하지..)
- 시가 나오야, 80대 후반 사망
톨스토이나 시가 나오야도 젊었을 때가 있는데, 계속 살았었으니 사진이 업데이트되어 평생 노인이였던 것처럼 사람들이 인식을 하는 것이다.
한 번쯤은 젊을 때 사진도 좀 실어봐.
이거야 원, 나는 평생 노인네였던 것 같잖아.
- <장수하는 것도 말이지>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中 -
이런 글을을 읽고 있으면 피식- 하는 미소를 짓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편하고 재밌게 썼고, 읽는 사람들 또한 웃게 만들어서 편하게 읽게 된다. 이렇게 1년을 기고했다니, 이 책 한권이 끝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이후에도 계속 글을 쓴건지 무라카미라디오 버전이 총 세가지 이다. 그리고 이전에 내가 읽었던 무라카미 라디오까지 있으니, 총 4개의 버전이랄까?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면 다른 느낌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추천해 본다.
책소개
개성적인 문체가 살아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소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평범한 삶 속에서 ‘뜨거운 감자’를 찾아내는 작가 특유의 시선이 돋보인다. 체중계와 브래지어의 기구한 운명에 연민을 표하기도 하고, 아내가 과자에서 땅콩만 골라 먹는다며 일부일처제를 한탄하기도 하고, 여행하면서 겪은 실수담을 털어놓는 등 천진난만하지만 가끔은 도발적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솔직한 단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보문고 제공]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는 사실 『 오피스 누나 이야기 』라는 오디오북 때문에 읽게 되었다. (이전에도 리뷰를 남겼었다.)
『 오피스 누나 이야기 』의 저자가 마지막 안책임님에게 받은 책이자, 둘이 연애할 때 안책임님이 읽어줬던 책이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라고 한다. 그 부분은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에 <안녕을 말하는 것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 싶어졌다. 무슨 내용인지.
(생략) 우리가 잠시 죽는 것은 자신이 '안녕'을 말했다는 사실을 몸으로 직접 체감했을 때다. 이별을 말했다는 사실의 무게를 자신의 일로서 실감했을 때.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지금까지 인생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별을 고해왔지만 '안녕'을 능숙하게 말했던 예는 거의 기억에 없다. 지금 돌이켜 보면 '좀더 제대로 말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후회가 남는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무책임한 인간인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생략)
- 안녕을 말하는 것을,《저녁 무렵에 면도하기》中 -
아마, 이별을 알고 좀더 제대로 하려고 했던 것일까.
『 오피스 누나 이야기 』를 들으면서, 항상 궁금했다. 무라카미라디오 어떤 부분을 읽어준건지, 읽어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안녕을 말하는 것은 잠시 죽는 것이다.
- 레이먼드 챈들러,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中-
<안녕을 말하는 것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브라이언 윌슨의 캐롤라인 노를 소개한다.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노래가 좋아서 같이 소개한다.
'Books and .. > 시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문뜩 떠오르는 그사람 (11) | 2024.10.21 |
---|---|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그대로 멈춘 세상에서 (18) | 2024.10.16 |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조기은퇴 (31) | 2024.09.06 |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사랑한다는 말 대신 선물하고 싶은 시 (15) | 2024.09.02 |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나는 네게 들통 나고 싶다 (101) | 2024.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