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 and ../소설

『흰』@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by a.k.a DUKI 2023. 11. 28.
728x90
반응형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것들을 건넬게.

더이상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게.

이 삶을 당신에게 건네어도 괜찮을지.

- 흰 中 -

 

한강 - 흰

 하얀 것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그 대상이 눈이 될 수도 있고, 솜사탕이 될 수도 있고, 구름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한 대상이 떠오를 수 있다. 그럼 어떤 느낌이 들까? '깨끗하다.', '고요하다.', '포근하다.' 등 다양한 단어들의 느낌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흰》은 상상한 느낌과는 다른 방향의 하얀 것을 표현한다. 죽음과 애도, 고독과 고요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이다. 

 사실 《흰》을 읽으면서 책의 겉표지를 굉장히 여러번 본 것 같다. 책의 겉표지가 이뻐서 보기도 했지만, 사실 읽으면서 '소설이 맞나? 소설이라고 표지에 써있는데?' 라는 의문을 계속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한편의 시라고 해도 맞을 것 같고, 에세이라고 해도 맞을 것 같다. 그만큼 짧은 문장으로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흰 것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하고 있다.

 

 앞서 말한 죽음과 애도는 태어나자마자 두 시간만에 죽은 나의 언니에 대한 것이다. 나에게서 시작되었던 하얀 것에 대한 시선은 갓 태어난 아기를 보며 '죽지마라' 말하는 엄마의 시선에서 죽은 언니에게로 옮겨간다. 본 적도 없는 언니에게 슬픔을 갖기보다는 죽음에 대한 애도를 표현하는 것 같다. 살풍경한 느낌의 애도를 하는 것 같았다. 

@ 12019

 작가가 '흰 것들'에 관하여 책을 쓰기위해 목록을 만든 흰 것들은 굉장히 많다. 예컨대 강보, 배내옷, 달떡, 안개, 흰 도시, 젖, 초, 성에, 서리, 각설탕, 흰 돌, 흰 뼈, 백발, 구름, 백열전구, 백야,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흰나비, 쌀과 밥, 수의, 소복, 연기, 아랫니, 눈, 눈송이들, 만년설, 파도, 진눈깨비, 흰 개, 눈보라, 재, 소금, 달, 레이스 커튼, 입김, 흰 새들, 손수건, 은하수, 백목련, 당의정…… 등등 굉장히 다양한 것들이 있다. 

 흰 것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죽은 언니를 기억하고 있다. 이전에는 피하고 숨었지만, 숨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그것을 들춰내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녀를 애도한다. 

 

짧은 글들로 이뤄진 《흰》은 쉽게 읽히지만, 책 장을 바로 넘기기 어려운 소설인 것 같다. 한장 한장 읽을 때 마다 '먹먹하다.'라는 느낌이 들게만드는 이야기. 흰 것에 대한 65개의 짧막한 소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서성이던 작가는 경계를 허물고 죽음을 딛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또 다른 생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죽은 언니죽음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삶을 향한 나의 의지이자 다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하고, 살아, 죽지말고.'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 흰 中 -

 


책소개

더보기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흰』. 2018년 맨부커 인터네셔널 부문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2013년 겨울에 기획해 2014년에 완성된 초고를 바탕으로 글의 매무새를 닳도록 만지고 또 어루만져서 2016년 5월에 처음 펴냈던 책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무력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힘에 손색이 없는 65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강보, 배내옷, 각설탕, 입김, 달, 쌀, 파도, 백지, 백발, 수의…. 작가로부터 불려나온 흰 것의 목록은 총 65개의 이야기로 파생되어 ‘나’와 ‘그녀’와 ‘모든 흰’이라는 세 개의 장 아래 담겨 있다. 한 권의 소설이지만 각 소제목, 흰 것의 목록들 아래 각각의 이야기들이 그 자체로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나’에게는 죽은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언니’의 사연이 있다. 나는 지구의 반대편의 오래된 한 도시로 옮겨온 뒤에도 자꾸만 떠오르는 오래된 기억들에 사로잡힌다. 나에게서 비롯된 이야기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겨간다. 나는 그녀가 나대신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하고, 그런 그녀를 통해 세상의 흰 것들을 다시금 만나기에 이른다.
소설의 전체가 다 작가의 말이라고 작가 스스로 이야기한 이 작품을 통해 한강의 소설에 관한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 ‘흰’이라는 한 글자에 매달려 파생시킨 세상의 모든 ‘흰 것’들에 대해 한강이 써내려간 한강의 문장들 속에서 한강이 끌어올린 넓고도 깊은 서사를 만나게 된다. 소설 발간 즈음 한강은 고요하고 느린 퍼포먼스를 벌였고, 최진혁 작가가 제작한 영상 속에서 언니-아기를 위한 행위들을 언어 없는 언어로 보여주었다. 그 퍼포먼스가 글과 함께 배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2018년, 『흰』을 새 옷으로 갈아입혀 독자들에게 새롭게 선보인다.

 

[교보문고 제공]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게 모든 걸 물들이고 망가뜨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 흰 中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