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을 줄 알면서, 우리는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든다.
어린 시절에는 눈이 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재미났을 일이였지만, 성인이 되고나니 걱정이 먼저 앞서게 만드는 날씨가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계절이 겨울이면, 혹시 눈까지 마침 내리고 있다면 눈사람을 만들러 나갈 것 같다.
추운 날씨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릴 적 추억을 삼아 눈을 만들고, 굴리고 두 개의 큰 눈덩이가 되면 한 개를 위에 얹어 8자 모양을 만들어 눈사람의 형태를 만들 것이다. 나뭇가지로 팔을 조그만한 돌로 눈을, 단추를..
그렇게 녹을 것을 알면서 눈사람을 만드는 그 마음.
눈사람이 녹아 버린 자리에는 물만 흥건할 지리라도 만들때의 기분을 간직하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이현 - 우리가 녹는 온도
총 열 개의 '단편소설(그들은,) + 에세이(나는,)' 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짧은 이야기 형태로 '그들은'에 대하여 글을 쓰고, 그 뒤에 '나는'이 뒷따라 이야기를 한다. 단편소설에 대한 내용 후에 오는 에세이는 작가가 앞선 이야기에 대한 설명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용은 다를 수 있어도, 작가의 후기같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짧은 소설 부분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도 있다고 한다.
읽고 나면 뭔가 허전함, 쓸쓸함이 뭍어 나는 느낌이다. 이야기는 짧지만, 여유은 너무나 길게 남는 이야기들이다.
녹을 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당신을 위하여
“속이 상할 때는요, 따뜻하고 달콤한 걸 먹으면 도움이 좀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상한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잠시 잊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녹는 온도 中-
어른도 애들도 아닌 어중간함. 나이는 어른이긴 하다만, 여전히 예전과 같은 느낌.
책소개
녹을 줄 알면서도 저마다의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이현 소설의 감각적이고도 치밀한 문장과 산문의 서늘하면서도 다정한 생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우리가 녹는 온도』. 《풍선》 《작별》 이후 꼭 10년 만에 책을 통해 정이현의 산문을 만나본다. 주위의 사연을 듣거나, 저자 자신이 겪었거나, 혹은 머릿속에서 상상해 가공한 짧은 이야기 형태의 ‘그들은,’과 그에 덧붙여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개인적 속마음을 담은 ‘나는,’에 담긴 모두 열 편의 이야기+산문을 만나볼 수 있다.
언제나 다 괜찮다고 말하는 연인이었던 ‘은’과 ‘그’. 다시 만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전혀 다른 취향의 두 친구 ‘윤’과 ‘선’의 이야기 《여행의 기초》, 오랜 시간 강아지를 키워온 소년의 이야기 《화요일의 기린》,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만나 아슬하지만 견고한 사랑을 키워온 연인의 이야기 《지상의 유일한 방》 등의 이야기에 이어지는 저자의 목소리를 통해 저자의 사랑, 여행, 우정, 결혼, 가족을 비롯한 저자 주변에 놓인 것들에 대한 생각 그리고 소설가로서의 삶과 태도 등을 엿볼 수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과 ◆를 볼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가 녹는 온도를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눈치 챘을 것같다.
짧은 단편 소설이 끝날때 ◇, 에세이가 마치는 부분에서◆ 가 등장한다. 읽으면서 뒷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지만, 저 특문이 나온 이후 이야기가 종료되어, 몹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그 이후 어떻게 됬을까', '뭐지, 그래서?' 등의 생각이 남을 정도로 저 특문은 아쉬움을 남게 만들었다.
오히려 그러한 느낌때문에 여운을 느끼며, 작가의 에세이 부분이 좀 더 와닿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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