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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좋은 이름』 @세상에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

by a.k.a DUKI 2026.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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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나도 메리 크리스마스.
언제고, 기필코, 부디 메리 크리스마스이기를.
조용히 힘을 다해 청한다

- <한여름 밤의 라디오> 잊기 좋은 이름 中 -

 

김애란 - 잊기 좋은 이름

작가의 노트 같은 《잊기 좋은 이름》은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산문집이다.

세 개의 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는 가족과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2부에서는 동료 작가들과의 관계와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3부에서는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삶의 경험을 담아낸다.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일기장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느낌에 가깝다.

살면서 한 번쯤 문득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오래전 스쳐 지나간 사람인데도 특정한 계절의 냄새나 음악 하나에 갑자기 생각나는 이름들. 이미 관계는 끝났고 더는 연락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기억들 말이다.

《잊기 좋은 이름》은 바로 그런 감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잊음’에 대한 시선이었다. 보통 우리는 잊는다는 것을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게 말한다.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아프지 않을 정도의 거리로 남겨두는 것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제목도 참 절묘하다.
‘잊은 이름’이 아니라, ‘잊기 좋은 이름’.

억지로 지워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끝까지 붙잡고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흐릿해지고, 어느 순간에는 아픈 기억보다 추억에 가까운 감정으로 남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미묘한 감정을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한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떠오른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지만 한때는 정말 가까웠던 사람, 오래전 함께했던 계절과 장소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기억이 꼭 슬프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나간 시간을 조용히 돌아보게 만든다.

《잊기 좋은 이름》은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가 더 오래 남는 책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오르고, 한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이름들이 다시 마음속에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관계 이야기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을 억지로 지우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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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학생, 딸, 아내, 시민, 인간으로서의 김애란의 삶을 고백하다!
2002년 등단한 이후 만 17년여라는 시간 동안 김애란이 기록해온 김애란의 다채로운 진면목이 속속들이 담긴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소설을 통해 내면의 모순을 비추어보며 사람에 대한 성찰을 완성해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한 이야기인 동시에, 잊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특유의 섬세하고 따스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1부 '나를 부른 이름'은 저자의 성장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로, 어린 시절부터 대학 시절, 문학청년 시절, 성장기 환경에 대한 사연들로 가득하다. 2부 '너와 부른 이름들'에서는 저자가 동료 문인들을 비롯해 자신의 주변에 대한 깊이 있는 눈길을 담아낸 글을 담고 있다. 3부 '우릴 부른 이름들'에는 문학 관련 글과 개인적인 경험담을 담았다.

소설가로서의 얼굴 너머 소녀로서의 얼굴, 학생으로서의 얼굴, 딸로서의 얼굴, 아내로서의 얼굴, 시민으로서의 얼굴, 인간으로서의 얼굴 등 그동안 꺼내놓은 적 없는 다양한 면모들을 기록한 이 책을 통해 저자를 이루는 무수한 사람들의 사연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당연하다는 듯이 잊어버리고 만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우리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며 저자는 모두 기억되어야 할 이름으로 문학을 쓰고 삶을 살아간다고,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고,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한다.

 

[교보문고 제공]


 

사람은 완전히 잊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잊기 좋은 방식으로 마음 한편에 남겨두고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 잊기 좋은 이름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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