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는 마흔셋의 나이에야 다른 이들이 더 일찍 깨달았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사랑했던 사람은 결국 마지막에 사랑하게 되는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 스토너 中 -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 스토너(STONER)
한 남자가 있다. 고요하고 묵묵하게 살지만, 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서서히 퍼져 나간다. 그는 거창한 꿈도, 대단한 성공도, 위대한 업적도 없다. 사랑은 엇갈리고, 가정은 무너지고, 직장은 숨막힌다. 그런데도 그는 도망가지 않고, 불평하지도 않고, 그저 그 자리에서 천천히 무너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인생, 그런데 왜 이렇게 벅찰까?
《스토너》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읽다 보면 “이게 소설이야, 내 얘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놀랍게도 이 책에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사건이 없다. 권선징악도 없고, 악당도 없고, 결말도 조용하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이상할 만큼 벅차고 울컥한 감정이 몰려든다. 그건 아마도, 이 조용히 망가지는 주인공의 인생이 너무도 현실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모두 그렇게 무너지고, 그렇게 견디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삶이 기대와 다르게 흘러갈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스토너는 20세기 초 미국 중서부 농가에서 태어난다. 부모는 그를 미주리대학의 농업과에 보내며 농지 경작법을 더 잘 배우길 바란다. 하지만 그가 대학에서 만난 것은 땅이 아니라 셰익스피어였다. 스토너는 문학의 세계에 빠져들고, 그 길로 영문학과로 진로를 바꾼다. 이때부터 그의 삶은 부모의 기대, 사회의 기대, 그리고 자신의 기대와 어긋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 교수로 남기로 하고, 책을 읽고, 가르치고, 학문을 연구한다. 삶은 점점 삐걱거린다. 사랑은 실패로 끝나고, 딸과의 관계는 왜곡되고, 학문적 열정도 뜻대로 펼쳐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살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포기하지도, 반항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감내’한다. 스토너는 무너지는 삶을 살아가는 법을 보여준다. 어떻게 고통을 감추는지, 어떻게 외로움을 견디는지, 어떻게 버티는지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어떻게 ‘살아내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책소개
전 세계 수많은 문학 애호가들의 인생 소설로 손꼽히는 명작 《스토너》가 1965년 미국에서 처음 발행됐을 때의 표지로 출간된다. 이번 에디션에서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추천사 전문을 실었다. 또한 초판에 담긴 일러스트레이션을 완벽히 재현했다.
주인공 스토너가 평생을 보낸 대학에 있는, 화재로 모든 게 스러지고 기둥만 남은 어느 건물 그림이다. 폐허가 된 자리에서도 기둥만은 불쑥 솟아 괴상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는 스토너가 받아들인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농부의 아들 윌리엄 스토너는 새로운 농사법을 배워오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농과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에 들어갈 때 으레 품게 되는 환상도 낭만도 없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2학년이 되어 필수과목인 영문학 개론 수업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편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만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 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중년 교수의 질문에 스토너는 강의실에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이 소설은 그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변을 찾아가는 스토너의 긴 여정을 담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생각했다.
- 스토너 中 -
"그는 인생의 승자는 아니었지만,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켰다"
어떤 독자들은 스토너를 실패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는 여인과 결혼했고,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했고, 가까운 이들과도 단절되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토너는 단 한 번도 거짓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살기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택했다. 편법도, 타협도, 도피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 책을 읽고, 학생을 가르치고, 글을 쓰는 일에 자신을 온전히 바쳤다. 그것이 세상에서 평가받지 못했더라도, 그는 그 일을 끝까지 해낸 것이다.
인생의 승패는 외부의 기준으로 가늠할 수 없다. 중요한 건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켰는가’이다. 스토너는 단 한 번도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
"《스토너》는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 살아낸 인생이다"
우리는 흔히 삶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려 한다. 연봉, 집, 가족, 커리어. 이 네 가지가 모두 안정적이어야 성공이라 믿는다. 하지만 《스토너》는 묻는다. 그런 게 인생의 전부냐고.
스토너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갖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의 인생이 무가치했던 건 아니다. 그는 사랑했고, 아팠고, 책을 읽었고, 썼고, 후회했고, 용서했고, 이해하려 했고, 결국엔 살아냈다.
무너지는 삶도 삶이고, 조용한 실패도 삶이다.
그리고 그걸 끝까지 껴안고 살아낸 존재를 우리는 쉽게 패배자라 부를 수 없다.
무엇이든 다 알 수 있다고 착각하는 시대에, 《스토너》는 정반대의 말을 던진다.
우리는 다 알 수 없고, 다 할 수 없고, 모든 걸 성취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걸 인정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스토너의 모습은 묘하게 숭고하다.
끝까지 다 읽어도 《스토너》는 화려하지 않다. 드라마틱한 결말도 없다. 하지만 읽고 나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던 내 안의 균열, 견딜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 말하지 못한 외로움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그리고 그게, 때로는 변화보다 더 위로가 된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예요.
- 스토너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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