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하루치의 고단함과 기쁨, 슬픔이 찾아오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서로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기로 해요
-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中 -
이도우 -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가끔은 펜을 잡고 다이어리나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을 때가 있다. 이제는 휴대폰 또는 노트북으로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를 하다 보니, 펜을 잡고 종이에 뭔가 쓰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전자기기 대신 노트에 가끔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을 때는 오래된 노트 한 권을 꺼내 아무페이지나 펴서 무언가를 끄적인다.
감성적인 글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의 기억남는 일을 남길 수도 있고 긴 글을 아니지만 무언가를 끄적이다가 노트를 다시 덮는다.
어느날 문득 생각이 나서 그 노트를 다시 봤을 때는 약간 민망하기도 하고, 시쳇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문구들도 있기도 하다. 근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글을 썼던 시간대와 감정을 다시 느끼는 때가 오면 다시 맘에 드는 문구가 되지 않을까?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는 새벽감성이 충만한 감성적인 글들이 모인 산문집이다. 이도우 작가의 이전 작품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등을 장편소설을 출간했었다. 이 산문집은 이때의 후기겸 작가 자신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를 읽기 전에 소설들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본다면 중간중간 소개되는 소설속 장면들이 이해도 쉽고 그 감성을 같이 느낄 수 있을 것같다.
새벽의 감성이라고 그런 느낌에 심취되어 작성된 글들은 아니다. 다만 읽다보면 쉽게 다음 장을 넘기지 못하게 여운을 남기고 사색을 하게끔 하는 문장들이 많다. 왜 밤에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인지 느껴지는 글들이다. 처음에는 출퇴근에 이 책을 읽었는데, 나중에는 조금 더 그 감성을 느끼고 싶어서 퇴근하고 집에와서 혹은 주말에 조용히 읽었다.
중간중간 소개되는 나뭇잎 소설은 나중에 작가분이 장편으로 써주면 좋겠다 싶은 정도의 좋은 글들이 많았다. 그 중 '이상한 방문객' 이라는 나뭇잎 소설은 사람들이 책집사라고 부르는 '나'를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책의 한장면으로 보내주는 이야기는 장편으로 나오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이러한 짧은 글들이 살을 더 붙이고 상상력이 얹어져서 더 좋은 소설로 탄생될 것을 기대하니, 앞으로 이도우 작가가 출간할 책들이 기대가 되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을 '나뭇잎에 쓴 이야기'라 생각하니까 편해졌다. 진심을 쓴다는 마음은 여전해도, 그 마음이 무게와 가치를 지니고 오래 남아야 하는지는 내가 헤아릴 일이 아니었다. 나뭇잎에 한 장씩 쓴 이야기가 누군가의 책갈피에 끼워졌다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도 상관 없지 않을까.
-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中 -
책소개
오래도록 기억되는 쓸쓸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에 관한 이야기
‘굿나잇’ 하고 건네는 밤 인사를 좋아한다는 이도우 작가는 마치 독자들에게 ‘굿나잇’ 인사하듯 이 책을 써 내려갔다. 나뭇잎에 한 장씩 쓴 이야기가 누군가의 책갈피에 끼워졌다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편안히 귀 기울여 즐겁게 들어줄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러니 서로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듯 책장을 펼쳐 들어도 좋겠다. 내일 또 하루치의 고단함과 기쁨, 슬픔이 찾아오겠지만, 지금은 깊은 밤이고…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
[교보문고 제공]
사회 생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의 어떤 화제를 하는 것이 좋을까? 그 날의 날씨, 만나는 장소까지 어떤 교통 수단으로 오셨는지, 드레스 코드가 대한 칭찬 등 여러 화제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 공진솔이 이건 피디에게 꺼낸 대사 처럼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내용도 좋은 것 같다.
"누군가랑 친해지고 싶은데 낯가림 때문에 잘 안 될 때, 난 그렇게 가끔 물어봐요. 김일성 죽었을 때 어디서 뭐 하고 있었느냐고... 나도 상대방 옛날을 모르고 그 사람도 내 옛날을 모르지만, 동시에 같은 날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면 좀 가까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려면 대부분 다 기억할 수 있는 날을 대야 하잖아요."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中 -
아마, 김일성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좀 많이 윗세대이겠지만, 이와 비슷하게 나에게는 '2002한일 월드컵때 어디서 응원하셨어요?' 정도가 맞지 않을까 싶다.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가 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시작의 물꼬를 어떻게 틔어야 할지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화를 통해 그 만남이 편안해지고, 상대방을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주제로 시작해서 이야기 하면 좋지 않을까?
슬픔이 녹는 속도는 저마다 달라서...
빨리 울지 않는다고 이상하다 생각 말아요.
큰 슬픔이 녹기까진 더 오래 걸리니까.
가장 늦게까지 우는 이유예요.
-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中 -
책은 아래 링크 #교보문고 통해서 구매 가능하다.
'Books and .. > 시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다정함이 모여 아주 조금만 더 행복해지길』@ 아주 잘 살고 있다 (2) | 2023.12.18 |
---|---|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오늘의 기쁨을 소홀히 하지 말자 (2) | 2023.12.02 |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종잇장 사이에서 당신을 응원합니다 (0) | 2023.08.19 |
『오빠가 죽었다』@ 늦었지만, 오빠에 대해 알게 되어 다행이야 (1) | 2023.07.24 |
『돈을 사랑한 편집자들』@ 재테크 책 만들다가 업행일치 (2) | 2023.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