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아버지 십팔번이었다.
그 말을 받아들이고 보니 세상이 이리 아릅답다.
진작 아버지 말 들을 걸 그랬다.
- 아버지의 해방일지 中 -
정지아 -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시작부터 굉장히 강렬하게,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돌아가신 것으로 시작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백운산에서 소총을 들고 누볐던 빨치산 출신 아버지의 죽음 이후 딸 '아리'가 장례식장에서 3일 간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3일 간 아버지의 마지막을 인사드리러 온 하객들에 대한 이야기와 과거를 떠올리는 소설이다.
전직 빨치산 출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리가 아버지를 회상하며 크게 네 개의 주제로 이야기가 된다.
1. 아버지와 평생을 반목해온 그의 동생인 작은 아버지와의 이야기
2. 구례에서 아버지가 사귄 친구, 지인의 이야기
3. '나(아리)'와 아버지의 이야기
4.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이야기
시트콤 같기도 하고, 한편의 블랙 코미디 같기도 하다. '빨치산'이라고 부르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주의 에 대한 진지하고 무거울 주제를 유쾌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 하는 역사적 상황이나 배경을 더 자세히 알고싶어서 '여순 사건' 등 사회적 배경이나 묘사들을 이렇게 검색하면서 읽었다. 이 책이 더 재밌게 읽힌 이유는 빨치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아버지에 삶과 인생, 아버지와 관련된 주변 사람들에 대하여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주제가 무거워지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다.
실제로 정지아 작가가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듯이 본인의 아버지는 굉장한 오지라퍼였다고 한다. 동네의 모든 사람들을 알고, 본인일 다 내팽개치고 자기일 마냥 남들을 도왔다고 한다. 번번히 잘못 선 보증에는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라는 말을 남기면서 말이다.
그 덕에 아버지 장례식장은 전혀 허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마지막 가시는 길 방문해준 조문객들은 하나 같이 아버지와의 사연을 '아리'에게 이야기하며, '아리'가 알고 있던 모습 혹은 몰랐던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도 알게된다. 조문객 마다 '또 올라네' 하며, 여러번 방문하고 다시 올때는 또 다른 사람들과 오고.. 한 번으로는 보내기 아쉬운 존재였을지도 모를 것이라 생각한다.
"또 올라네."
여기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번만 와도 되는데.
한번으로는 끝내지지 않는 마음이겠지.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
- 아버지의 해방일지 中 -
정지아 작가는 지난 날을 회고하며 이렇게 인터뷰했다.
"빨치산의 딸로 살아서 좋았습니다.
가난했고 이데올로기의 장벽이 있었습니다만 아버지 어머니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죠.
가난한 빨치산의 사후에도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 부모가 잘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도 충분히 받았구요."
죽음으로 비소로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 했다.
죽음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불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하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아버지의 해방일지 中 -
책소개
새삼스럽게 경탄스럽다!
압도적인 몰입감, 가슴 먹먹한 감동
정지아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시대의 온기
미스터리 같은 한 남자가 헤쳐온 역사의 격랑
그 안에서 발견하는 끝끝내 강인한 우리의 인생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두루 입증받은 ‘리얼리스트’ 정지아가 무려 32년 만에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써내는 작품마다 삶의 현존을 정확하게 묘사하며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작가는 이번에 역사의 상흔과 가족의 사랑을 엮어낸 대작을 선보임으로써 선 굵은 서사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한모금 청량음료 같은 해갈을 선사한다. 탁월한 언어적 세공으로 “한국소설의 새로운 화법을 제시”(문학평론가 정홍수)하기를 거듭해온 정지아는 한 시대를 풍미한 『빨치산의 딸』(1990) 이래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현재적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웅장한 스케일과 함께 손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은 정지아만이 가능한 서사적 역량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정한 묘미는 어쩌면 ‘가벼움’에 있다. “아버지가 죽었다. (…) 이런 젠장”으로 시작하는 첫 챕터에서 독자들은 감을 잡겠지만 이 책은 진중한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각 잡고’ 진지한 소설이 아니다. 남도의 구수한 입말로 풀어낸 일화들은 저마다 서글프지만 피식피식 웃기고, “울분이 솟다 말고 ‘긍게 사람이제’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추천사, 김미월)해진다.
[영풍문고 제공]
긍게, 사람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싫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관계를 맺지 않았다.
- 아버지의 해방일지 中 -
정지아 작가님의 인터뷰가 있어서 같이 업로드 한다.
책 소개도 해주고, 책 리뷰도 해주니 같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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