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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그녀를 추앙할 수 밖에 없다

by a.k.a DUKI 2024.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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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R ET OBDURA; DOLOR HIC TIBI PRODERIT OLIM

인내하고 버텨라. 오늘의 고통이 언젠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것이다

- OVID, 매트릭스 中 -

 

로런 그로프(Lauren Groff) - 매트릭스(MATRIX)

 《매트릭스》는 12세기 중세 역사와 상상력이 만나 주인공 마리의 권력과 자아 발견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중세 프랑스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마리가 어린 시절 부터 왕실의 왕위를 물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남자와 같은 큰 키와 여성스럽지 못한 얼굴 그리고 사생아라는 이유로 왕실에서 소외되어 왕비는 마리를 잉글랜드의 어느 외딴 수녀원으로 가게 되면서 수녀원에서 그녀가 이룬 공동체의 웅장한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17살의 마리는 종교적인 믿음도 없고, 왕비의 명으로 부수녀원장의 위치로 왕립수녀원에 가게된다. 차가운 비속에서 추위에 떨며 홀로 잉글랜드의 어느 왕립수녀원에 도착한다. 간신히 수녀들은 목숨만을 부지하고 가난하고 누추한 회색빛이 도는 왕립수녀원에서 마리는그녀의 남은 인생도 온통 회색빛일 거라고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마리는 어두운 새벽부터 시도를 올리고 고된 생활 속에서 따뜻하고 밝은 왕궁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왕비에게 진심어린 사랑의 시를 바쳐 마음을 돌려보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왕비의 대답은 매번 침묵일 뿐이였다. 

@mzmatuszewski0

 시간이 흐를수록 마리는 수녀원을 떠나겠다는 희망이 사라진다. 그러나 사라진 희망 속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짐한다. 회색빛이 도는 왕립수녀원에서 주어진 삶을 최고로 살아내고, 자신을 쫓아낸 자들이 마리를 쫓아낸 것을 후회하고, 자신의 위엄을 보고 경외감을 느끼게 하겠다는 각오를 다짐한다. 마리는 수녀원에 오기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회계업무를 모두 담당하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년동안 외부에서 모를 정도로 관리를 잘했다. 그러한 마리는 왕립수녀원에서도 자신이 이 곳을 살려내려는 거대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 관행처럼 행해지던 자신이 못하는 일을 주어서 인내하는 것대신 잘하는 일을 배분하고, 회계장부를 다시 보고 정리하고, 직접 소장농들을 찾아가 이제까지 밀린 모든 소작료를 받아낸다. 마리의 지나친 공격적인 모습에 부담감과 거부감을 느끼던 다른 수녀들도 점차 수녀원의 운영이 좋아지고, 생활 환경이 좋아지는 것을 보며 마리의 능력을 인정하고 따르기 시작한다. 

 

고통은 인간의 운명이며,
고통받는 매 순간 지상의 몸이 천상의 왕좌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 매트릭스 中 -

 마리는 어느 덧 수녀원장이 되었고, 수녀원은 그녀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백 여명의 수녀들과 수십명의 하인과 농도들을 거느린 수녀원이 되었다. 마리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딸들, 수녀들이 더 안전할 수있는 보금자리를 고민하던 중 동정마리아의 첫 번째 환시가 나타난다. 그들의 성스러운 집은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는 여자들만의 요새를 본다. 그렇게 계시를 받은 마리는 여성들의 손에 의해 그녀들만의 에덴동산을 갖춰나가기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마리의 권위 말고는 누구의 권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수녀원이 늘 존재해온 이 땅에 계속 살겠지만,
그녀의 딸들은 세상과 멀리 떨어져 미로에 둘러싸인 채로 안전할 것이다.
그들은 그들끼리만 오롯이 지내며 자급자족할 것이다.
여자들의 섬이 되는 것이다. 

- 매트릭스 中 -

 

 죽어가던 수녀원의 구원자. 굶고 있는 수녀들을 먹이고, 수녀원을 다시 일으킨 불굴의 경영자인 마리.

그녀가 하는 것에 대해 반기는 들지만 대단한 경영과 지도자의 역량을 보인다.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니 반기를 들었던 다른 수녀들도 그녀를 인정하고 따르는 것이다. 《매트릭스》에서 여성에 대한 표현들만 있을 뿐 남성에 대한 언급과 묘사는 정말 보기 힘들정도로 없다. 아마 저자의 의도일 것 같다. 12세기라는 배경을 생각해도 우리가 흔히 아는 수녀의 모습도 그녀들의 생활도 아닌 다른 모습이다. 마리는당시 여성들에게 강요되었던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있는 모습니다. 순종적인 성직자의 모습보다 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딸들의 안전과 수녀원의 이익을 위한 투쟁가이자 경영자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마리는 “자신으로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수녀원을, 자신의 영혼이 담긴 더 큰 교회를, 아기들이 어둡고 단조로운 소리가 나는 따뜻한 자궁 안에서 자라듯 자매들이 커가는 자아의 전당을” 짓고, 그럼으로써 진정한 ‘매트릭스’가 된다. 자신이 떠난 후에도 오래도록 그 온기 속에서 딸들이 계속해서 일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기도가 가장 멀고 높은 곳까지 온전히 닿을 수 있도록 바란다. 

@RobertCheaib

 

 책 제목이기도 한 《매트릭스》는 라틴어에서 비록된 말이다. 책에 주석으로 적혀 있는 그대로 옮겨보면,

매트릭스는 어떤 형체가 생성되고 만들어지는 모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자궁을 뜻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matrix'의 'trix'를 여성형 접미사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직위를 남성형이 아닌 여성형으로 모두 바꾸어 표현하여 직위를 갖고 있는 수녀들은 '-트릭스' 라고 한 것 같다. (셀라트릭스, 인퍼매트릭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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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장편소설 『운명과 분노』(2015)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거머쥔 소설가 로런 그로프가 단편집 『플로리다』(2018) 이후 삼 년 만에 새로운 장편소설 『매트릭스』를 펴냈다. 프랑스어로 시를 쓴 최초의 여성으로 알려진 12세기 실존 인물 마리 드 프랑스의 생애를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탁월하게 재구성한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시적이고 지적인 문체와 독창적인 세계관, 물 흐르듯 우아하면서도 몰입도 높은 서사를 어김없이 보여주며 “산문의 거장”이자 “동시대 가장 뛰어난 미국 작가 중 한 명”이라는 타이틀을 공고히한다. 『매트릭스』는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운명과 분노』에 이어 두번째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2021)에 올랐으며 조이스 캐럴 오츠 상(2022)을 수상했고,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파이낸셜 타임스] [에스콰이어] [마리 클레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NPR 등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전작인 『아르카디아』(2012)가 1970년대 히피 대안 공동체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매트릭스』는 거의 천 년에 가까운 세월을 거슬러올라가 십자군전쟁이 한창이던 중세의 혼란기 한복판으로, 그곳에 자리한 혁명적인 여성 공동체의 중심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가난한 잉글랜드 수녀원의 부원장으로 임명된 열일곱 살짜리 왕가의 사생아 마리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이 소외된 공동체를 부강한 불가침의 성역이자 오직 여성들만을 위한 유토피아로 바꾸어놓는 치열한 과정이 생생한 필치로 유려하게 펼쳐진다. 로런 그로프는 남성들만의 역사를 걷어내고 그 아래에서 번득이는 여성들의 지성과 비전을, 다채롭게 빛나는 우정과 사랑과 다정을 전면에 내세운다. 작가의 섬세하고 정밀한 언어 감각은 중세 수녀원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살아 숨쉬는 인물들은 물론이고 창문으로 들이치는 바람의 촉감까지 마법처럼 구현해내며 “팔백여 년 전의 중세에 동참한 듯한 긴박한 현장감으로 질식할”(구병모) 것 같은 느낌을 안기는 동시에, 남다른 기지와 지혜와 강인함으로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한 여성의 영웅적 삶을 조명하며 “오직 남성 중심으로 기록되어온 서사시의 새로운 원형에 도달한다”.(천희란)

 

[yes24 제공]


 

그녀는 고통의 시간을 살아가던 자기 모습,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다고 믿을 만큼 아주 순진했던 자기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어리석은 피조물, 늙은 마리는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손을 펴고 너의 삶을 놓아주어라.
삶은 결코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네 것이 아니었다.

- 매트릭스 中 -

 

 

 

Matr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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